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 하고 싶은 직업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선생님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들과 공부하다가 모르는 부분을 서로 알려주는 걸 좋아했었는데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개발자로 진로를 완전히 정한 후에도 현재 회사에 입사하기 전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한 임원분이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가고 싶냐고 질문했을 때 사내에서 신입 개발자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막연하게 얘기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책을 쓰거나 강의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은 항상 가지고 있다.
여하튼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는 나의 부족함을 매순간 절실히 깨달았고, 지식을 나누긴 커녕 지식의 구멍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일종의 갈급함을 채워가던 와중, HR쪽에서 팀스터디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식 공유 세션을 진행해줄 수 있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엔 한사코 거절하려 했다. 최근 업무가 너무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서 정말 후회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그 각오 때문에 무모하게 도전하게 되었다.
팀 스터디는 '이펙티브 코틀린' 책으로 진행했으므로 마땅히 주제도 이펙티브 코틀린이 되었어야 했으나.. 책의 구성상 한 시간 남짓의 세션에서 책의 내용을 온전히 녹여내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는 C# 기반의 레거시가 굉장히 많은 회사이고, 최근엔 모두 자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코틀린을 주언어로 사용하는 팀은 우리 팀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봤을 때 어느 정도의 코틀린 실무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이펙티브 코틀린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봤자 의미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기초적이면서도 꼭 알면 좋겠다 싶은 코틀린의 내용을 주로 다루되, 이펙티브 코틀린 각 장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그래서 크게 1부/2부로 나눠 1부에서 코틀린 기초에 대해 다루고, 2부에서 이펙티브 코틀린을 다루고자 했으나...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무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더 녹이려 하다보니 1부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졌고, 준비한 이펙티브 코틀린의 내용 자체가 1부의 내용과 연결성이 없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이펙티브 코틀린의 책 내용은 앞의 1부에서 설명한 내용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 2~3개 아이템 정도의 내용을 짧게 요약했고, 책의 내용보다는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거나 공부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를 추가해서 코틀린 기본기를 쌓는 데 도움이 됐던 강의, 책, 사이트 등을 소개했다.
전날에 여러 번 연습하다 보니 오히려 당일에 목 컨디션이 안 좋았고, 목감기까지 겹쳐버렸다. 거기에 너무 긴장해버린 탓에 1L 텀블러에 담아둔 물을 모조리 마셔버렸다. 하고나니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고, 버벅였던 순간들만이 떠올랐다. 팀원분들이 화상회의 속의 내 모습을 캡쳐해서 보여주셨는데, 긴장해서 내내 입술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ㅎ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세션을 마치고 나니 굉장히 후련했다. 동시에 안 좋은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게 말씀해주셨고, 다음에 코루틴 강의도 해달라는 말씀을 주셔서 굉장히 뿌듯했다(물론 코루틴 강의는 하고 싶어도 너무 어려워서 하려면 한참 뒤에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함께 업무를 하는 팀원께서는 내용 구성의 측면이나 말하는 속도에서 조금은 아쉬웠다는 의견도 주셨다. 이런 피드백들 하나하나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강의 비스무레한 것을 할 기회가 언제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은, 이번 경험을 발판삼아 더 나은 지식 공유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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